항암 중 먹지말아야 할 음식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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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일기/치병일기

항암 중 먹지말아야 할 음식 과연 있을까?

by 핑크보현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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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느 분의 글에서 항암 중 먹어도 되는 음식이란 제목의 글을 읽다가 몇 자 주저리주저리 적어본다.

그분은 밀가루를 먹으면 안되니 통밀을 먹어라. 일반 우유도 먹으면 안 되고 저지방 우유를 먹어라. 등등 적어놓았는데

자칫 그런 정보를 사실로 믿어버리고 음식을 가리는 분들이 있을까봐 물론 나의 경험이 절대치는 아니지만

암 진단을 받으면 나도 그랬지만 시작부터 굉장히 전투적으로 음식관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우리 환자들은 항암특권이라는 말을 쓴다~ 의사들도 항암 할 때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니

뭐든 땡기는걸 다 먹으세요~라고 한다.  사실 소화기 계통의 암환자가 아니고 식생에 문제가 없는 환자라면

항암 중에 못 먹을 음식은 없다. 담배와 술은 당연히 안 한다는 전제 하여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라면 회 같은 익히지 않은 날음식이다. 이는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자칫 날 음식을 먹고 세균의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패혈증같은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외 굳이 꼽으라면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나 너무 자극적인 양념의 음식 정도 일까?

 

나는 1차항암때 음식을 거의 못 넘겼다. 우리 병동의 한 층 전체가 유방암이나 갑상선 환자들만 있는 곳이었고

그러다 보니 여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친해진 분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틈만 나면 먹는다 ^^

원래 병실에서 뭘 먹으면 안되지만 워낙 암 치료를 받는 분들이니 병원에서도 심하게 뭐라 하지 않는다.

나는 주사를 맞으며 아무것도 못 넘기고 있는데  그 와중에  복도 휴게실에서 주사 맞으며 떡볶이니 순대니 드시는 분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층 간호사들이 모두 다 알 정도로 그렇게 요란하게 구토를 해대며 진토제를 맞을 수 있는 만큼 다 맞고 나서도 구토는 멈추지 않았다 ㅜ.ㅜ 입덧 심하게 하셨나며 물어볼 정도....

그런데 신기하게도 항암을 끝내고 퇴원 절차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면 입안에 식욕이 확~돌았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 신기했다. 항상 나를 데리러 와준 남편과 병원 앞 동태찌개 집에서 얼큰한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동태찌개를 다 먹진 못해도 맛있게 먹고 집으로 오곤 했다.


 

 

2차 때부터는 약의 용량을 줄여서 맞아서 1차 때처럼 구토를 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병원에서는 밥을 못 넘겼다.

밥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고 나중엔 복도에서 식사시간 때마다 들려오는 밥차 끄는 바퀴소리만 들어도 속이 막 울렁거려 힘들었다 ㅜ.ㅜ 그나마 밀가루 음식은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어서 항상 면요리를 선택하고 가끔 아침에 빵이 나오면 그렇게 좋았다. 가끔 환우들과 짜장면을 시켜서 휴게실에서 먹기도 했다.

덕분에 살은 많이 쪘지만 그나마 밀가루라도 먹으면서 버틸 수 있었다.


2차 항암 입원했을때 병실 사람들과 휴게실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평소 짜장면을 안 좋아하는데 이상케 항암하면 밥은 냄새도 맡기싫고 밀가루만 땡긴다. 내가 1차때 하도 유별났기에 의사나 간호사들이 예전에 입덧 심하게 했었냐고 물어봤었지 ㅋㅋ

 

 

4번의 항암을 하면서 나는 무엇보다도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는 일은 없도록 철저하게 대비를 했다.

미련스럽게 외출을 절대 하지 않았고  컨디션이 좋아지면 우리 강아지들 데리고 아파트 내부를 산책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워낙 기운이 없어서 어딜 나갈 수도 없었다. 매일 집에서 여행에 관련된 티브이 프로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고

음식 프로그램을 보면서 역시나 대리 만족을 했다. 손을 자주 씻고  남편에게도 금주령을 내렸으며 ( 혹시나 병원 갈 일 있으면 난 119는 죽어도 타고 가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하라 엄포를 놨음 ㅎ)그리고 밖에 음식도 주로 배달을 해서 내가 집에서 푹 끓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선택하고 첫 항암을 하던 때가 아직 더운 9월이었으므로 김밥 같은 자칫 탈 나기 쉬운 음식은 절대 사 먹지 않았다 너무너무 먹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 지독하게 과일도 생과는 안 먹고 정 먹고 싶으면 통조림을 먹었으며 심지어 김치조차도 익혀서 먹었다. 물도 물론 끓여서 먹었고 주로 현미를 프라이팬에 볶아서 뜨거운 물을 붓고 현미차로 많이 마셨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초밥도 항암이 끝나고 방사선 치료할 때도 먹질 않았고 모든 치료가 끝난 후에 먹었을 정도로 철저했다 (미련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그 덕에 항암 4차 동안 한 번도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었고 (남편은 내가 2차 후에도 잘 견디고 있으니 슬슬 술 먹고 오는 날이 많아졌다 ㅋ)

 

그러나 내 감정은 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내리락거렸으며 어느 날 사소한 일로 폭발하여 대성통곡하며 남편한테

불만을 토로했다. 그 후 나의 컨디션이 괜찮던 날 처음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꽁꽁 싸매고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후 집에서 30분 거리인 서해바다를 보고 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열이 슬슬 나더니만

38도 가까이 찍어주기에  겁이 나서 일단 ㅌㅇㄹㄴ을 한 알 먹고 지켜보니 다행스럽게 열이 조금씩 내려서 병원을 안 갔지만 그 후 나들이는 하지 않았다.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고기가 영 안 당겨서 생선이나 계란 두부로 단백질을 섭취했다. 그리고 가끔 장어로 몸보신을 하고 ~ 워낙 장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항암 때는 잘 받더라 ㅎㅎ 그러나 항암치료 끝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입에서 당기지 않았다.

 

 

 

2014년 9월 29일 2차 항암을 마치고 퇴원하는 길

 오늘 퇴원 바람과는 달리 오늘 아침 백혈구 수치는 정상수치 4000에 못 미치는 1900

호중구 수치는 2000 이상 정상에 1200 정도라 수치 올리는 주사 맞고 퇴원

날도 구질구질해서 오는 길에 칼국수 당겨서 먹고~ 속은 1차 때보다는 훨씬 편하다.

단 아직도 밥을 먹음 느글거린다. 밀가루는 괜찮으니 다행이지.

요번 입원하면서 느낀 것은 나도 많이 베풀어야겠다는 것

사소한 거 하나라도 나눠먹고 또 식사가 끝나면 한 손엔 링거 걸이대 끌고 한 손에 쟁반 들고

밥차 있는 곳까지 가기 쉽지 않은데  주사 맞는 손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밥 다 먹으면 식판 내다 주고

것도 다른 방 환자들이 일부러 와서 해주고 복도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도 내 손에 든 식판을 받아서

가져다주고.. 다들 경험을 해봤기에 기꺼이 도와주길 즐겁게 한다... 참  고맙고도 고맙다.

워낙 치료기간이 짧아야 6개월 정도고 그 이상이니 오래된 사람들은 다들 가족 같은 유대감이 있어서

병실이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수다방 같은 분위기가 좀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전부 같은 유방암 환자들만 있는 여인천하? 유방암 병동에서의 생활이 외롭지만은 않다.

 

( 카스에 짤막하게 올렸던 6년 전의 글 )

 

 

 

퇴원하는 날 종종 먹었던 병원 앞 구포국수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결론적으로 항암 중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별로 없다! 사실 암환자라고 하면 당장 음식부터 고쳐야 할 것처럼

 주변 사람들도 생각하지만 암환자에게 안 좋은 음식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역시 안 좋은 음식인 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도 암 진단을 받기 전엔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 일반 사람이었다. 항암 중엔 일단 잘 먹자.. 그래야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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